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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책]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by 전체나눔 201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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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감수성이 장착되었는가? 이제는 즐겁게 연대하는 길뿐이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
김제동의 신작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가 위즈덤경향에서 출간되었다. 2011년 한국 사회에 공감과 소통의 가치를 전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를 잇는 두 번째 이야기다. 김제동은 첫 책에서 양 극단으로 분열하는 사회 속에서 화합과 상생을 위해 고민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났다. 소통에 대한 문제제기였던 셈이다. 그 화두는 이번 책에서 좀더 색깔을 갖고 구체화되었다. 1년간 전국 각지에서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공연하며 대중의 마음을 마주하고, 힘들어하는 청춘들과 함께하면서 그가 생각한 일종의 방법론과 실천적 구호가 담겨 있다. 그것은 공감하는 마음들의 결집과 실천, 즐거운 연대의식으로 상징된다.
인터뷰이들 역시 연대와 화합을 위해 분투하는 인물들이다. 대한민국 리더십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안철수, 나꼼수 열풍의 김어준,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 공지영, 진보 교육감으로 늘 보수층의 뭇매를 맞는 곽노현, 정권 교체의 희망으로 떠오른 문재인 등 이번 인터뷰이들은 진보정신의 최전선에 있는 이슈메이커들이다. 또한 조용필, 조수미, 이효리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명사들, 손예진 하정우 등의 핫한 연예인들의 고민도 흥미롭다. 특히 경향신문에서 심층 취재한 김제동의 인터뷰는 이번 책에서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부분이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숨김없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상처 되게 받고요. 굉장히 여리고요. 겁도 많고요. 강박관념도 심합니다.”
소셜테이너 김제동이 털어놓는 속마음, 그리고 뜻밖의 고민들

전작 출간 후 1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로 시끄럽다. 하지만 변화의 몸짓은 활발했다. ‘나꼼수’ 열풍으로 점화된 대중의 정치 감수성은 SNS와 각종 온라인 채널을 통해 뜨겁게 퍼져나가며 위정자와 기성 정치인들, 보수 언론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위에서부터의 정치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정치. 억눌려 있던 대중의 정치 감성이 서로서로 연결되고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기존의 권위적인 ‘정치’ 문맥을 허물어뜨리는 순간이었다. 그 소통과 연대의 현장엔 늘 김제동이 있었고 세상은 그에게 ‘소셜테이너’라는 이름을 더해주었다. 덕분에 그의 행보 하나하나는 늘 권력층의 눈엣가시처럼 비춰지고, 그는 한 번도 퇴출음모론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사소한 발언조차 늘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제동은 누구인가? 연예인인가, 사회운동가인가, 정치적 의도를 지닌 명망가인가?
대중의 지지와 환호를 받으면서도 그의 색깔과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선들에 대해 김제동은 이 책에서 허심탄회한 심경을 토로한다.

“솔직히 말해서 치열하게 한 6개월 고민했다. 서민·약자 팔아서 강자로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아니냐, 이중적인 것은 아닐까 하고. 결론 내렸다. 지금 당장 서민의 위치로 가서 살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갚아나가는 길이라는 거다.”
정치적 이념, 입장 따지기 전에 부조리한 현실을 좌시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만들어준 대중과 손잡고 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콤플렉스와 죄의식, 상처로 괴로워하는 심약한 존재임도 부인하지 않는다. 불완전하고 부족한 한 인간으로서 공공의 영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김제동은 웃음의 가치에서 뜻밖의 해법을 찾는다.

“사람들이 웃을 수 없다면 혁명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권위와 선민의식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따뜻해지는 사회를 꿈꾼다

“웃음은 늘 혁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고정돼 있는 것은 절대로 웃음을 줄 수 없습니다. 끝없이 변해야 됩니다. 그래야 결국 혁명으로 갑니다. 거창한 사회구조 개혁, 변혁, 이런 걸 제가 외친다고 해서 안 될 거라는 걸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함께 간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죠. 웃으면서 함께 가자는 겁니다. 사람들이 웃을 수 없다면 혁명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김제동의 웃음은 주위 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살뜰한 마음, 그리고 동시에 그들을 억압하는 권력에 대한 경계에서 나온다. 코미디 같은 우리 사회의 모순은 김제동에게 끊임없이 웃음의 소재를 제공하여 그의 웃음은 나날이 풍자와 촌철살인의 유머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인터뷰에서 김제동의 유머와 사회적인 통찰력은 더욱 예리하고 섬세해졌다. 한홍구, 서해성과의 대담은 먹물 논객들에게 밀리지 않는 사회비평을 보여주며, 백낙청 선생과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좌파와 종북에 대한 시대착오적 의식들을 개탄한다. 청춘들의 멘토로 떠오른 안철수, 박경철 원장과는 기업과 사회 시스템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 추모식에서 만난 문재인 이사장과는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의 정치를 논했다.
김제동 인터뷰의 매력은 그 앞에만 서면 누구나 허심탄회 속마음을 열기 때문에, 독자들이 인터뷰이에게 쉽게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2011년 대한민국의 최고의 문제적 인물 김어준과 소설가 공지영은 김제동을 만나 소통하지 못하는 보수층과 엘리트를 향해 한바탕 직설을 털어놓고, 평소 새침때기 이미지의 손예진도 김제동 앞에선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전했다. 사회 참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효리, 윤도현과의 대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하정우의 듬직하고 카리스마 있는 답변도 흥미롭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가수 조수미, 조용필의 연륜이 묻어나는 고백, 사회적 교감에 대한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인간의 삶 자체가 정치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정치적인 거다”라는 김제동의 발언은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항변이며, 동시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참여 의식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정치는 정치가만이 아니라 모든 대중이 참여하고 간섭해야 하는 영역이며, 그렇게 해야 이 부조리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조금은 제어하면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져가는 때다. ‘어깨동무’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모여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 순진하지만 어쩌면 가장 절실한 시대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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